[바자] 생애 특별한 여행_2014.11.19
[바자] 생애 특별한 여행_2014.11.19
생애 특별한 여행
자연 아래 조금은 낯선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비워지고 채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오롯이 그것에 집중하기 위해 명상 축제가 펼쳐진 남해로 떠난 2박 3일간의 리탐빌 국제명상페스티벌.
요가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해쯤 지나서일까? 요가는 이제 내게 단순히 취미나 다이어트 수단이 아닌, 인생의 조력자로 안착했다. 인도를 향한 열망이 생긴 것도 그 즈음이지 싶다. 요가의 고향으로 가 몇 날 며칠 동안 한적한 아쉬람에 머물며 영적 지도자에게 명상을 배우고 요가 그루에게 지도를 받으며 오로지 그것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갈망했다.
비록 여러 이유와 핑계로 지금껏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그러니 남해에서 명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은 이런 갈증에 단비 같은 뉴스였다. 아름다운 남해 곳곳에서 명상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관 의학과 인간 의식 분야의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강연가인 캐롤라인 메이스가 직접 방문한다니, 그곳으로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명상이라는 단어가 요가나 힐링과 진배없이 귀에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명상 페스티벌'을 통해 무엇을 보고 들을 수 있는지는 아직 생소할 수 있다. 남해군에서 주관하고 리탐빌 요가명상에서 주최하는 이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명상을 위한 축제다.
산과 바다에서, 해가 뜰 때와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을 때, 고요하게 혹은 시녕 나는 위기 속에서 다양한 명상을 하는거다. 이처럼 넓은 차원의 힐링의 장을 기획한 리탐빌 요가명상 서무태 대표는 2박 3일 동안의 이 여정을 두고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남해를 처음 온 순간 '여기다'라고 느꼈어요, 영혼의 치유를 위해 멀리 인도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죠. 인도에 오르빌이 있다면 남해에는 원 없이 명상을 하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리탐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자연이라는 무대에서 무거운 에고를 나려놓으면 바람소리는 음악이 되고 햇빛은 나를 비추는 조명이 됩니다. 그러면 너와 나,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 이루어져요. 이 축제는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인류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존중하고 공존하는 평화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상처 받은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리탐빌 국제명상페스티벌은 힐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대체 명상이란 무엇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사람도, 가부죄를 틀고 가만히 앉아서는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 사람도 그리 어렵지 않게 평화로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을 거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동안은 남해의 산과 바다, 숲과 운동장 모두가 수련장이 된다.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고은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숨을 길게 내뱉고 바다에 발을 담근 채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녀 시름을 잊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이 총총 내려앚은 야외 운동장으로 옭겨가 밤하늘의 청명한 기운을 받아들인다.
또 물건리 요트 학교에서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로 나아가 망망대해의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따스한 햇살과 함께 명상을 할 수도 있고, 육지의 초록빛과 청명한 바람이 내뿜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며 바래 길을 걷는 동안 고여있던 감정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울 수도 있다. 축제 첫날,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이 명상에 동참했다.
그리고 상주해수욕장 소나무 숲 속에서 자신이 체험하고 도움을 받았던 명상을 몸소 전수했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몸이 아프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여기에 기대어 있었다고. 방법은 간단했다. 바르게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픈 곳에 집중한다.
그곳에 전달된 호흡이 치유를 하는 동안 내 몸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지금껏 나를 위해 희생하고 움직여준 것에 대한 고마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 뒤에야 신경을 쓰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 그동안 소모시키기만 했던 몸에게 위로를 전하며 호흡을 반복하는 거다. 그렇게 내 몸과 소통하노라면 한결 이완되고 편안해지며 치유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조금씩 자라난다.
한편 모든 것이 잠잠하기만 한밤중에 몸을 한껏 움직이며 홀가분해지는 경험도 얻었다. 공설운동장에서 체득한 어울림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어떤 정적인 명상 못지않게 가벼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사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아프리칸 음악과 춤이 곁들여졌다 해도 남들 앞에서 내 몸을 들썩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늘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의식하는 데 익숙한 터라 군중 앞에서 멋대로 춤을 추기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그냥 해버리면, 그것이 별것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움직이고 뛰고 내뱉는 동작을 통해서 바뀔 수 있고, 이것을 유지하는 것이 꺠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웃고 있는지 화내고 있는지 살피는 것. 이것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탓하거나 관념에 휩싸이고 고정관념에 감정을 낭비하지 읺을 수 있게 해준다.
남과 상관없이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그리고 압박과 경직, 무기력함, 답답함 등 자신을 정체되도록 만들었던 것들에서 멀어질 수 있다.
명상은 요가와 불가분의 관계다. 명상이 잘 되려면 먼저 요가로 몸을 푸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고, 요가를 통해 굳어 있던 몸을 열어주면 명상의 깊이가 달라진다. 때문에 명상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도 명상 전후에요가가 수반되며 하루의 시작을 요가로 열기도 한다.
하지만 남해에서의 요가는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는 것이기에 꽤나 색다르다. 상주해수욕장 소나무 숲속에서 전사 자세를 취하고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의 양지 바른 풀사이드에서 떠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태양경배자세를 이어갈 때의 기분은 단순히 뻣뻣한 몸을 풀어주는 것 이상의 기쁨을 동반한다.
지금껏 요가를 여러차례 경험해 왔을지라도, 아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라 해도, 혹은 평고 요가의 기이한 동작에 반감을 가졌거자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라도 이곳에서 얻는 느낌은 평소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동작에 집중하며 몸과 몸매에 신경 써왔다면 여기서만큼은 동작이 잘 되고 못 되고를 따지지 않은 채 일상의 팽팽한 긴장감을 내려놓고 자연의 일부임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이건 단순히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이라는 이 훌륭한 장소가 제공하는 아우라 이상으로 남해가 뿜어내는 생명력을 고스란히 받아냈기 때문이리라. 또 요가를 통해 힘든 자세에 집중하는 그 자체가 내 마을을 고요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하다.
프리허그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으로 안아주는 것이 죽기보다 어색하고 무안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몇몇에게 미션을 성공하고 나니 조금씩 빗장이 열리며 먼저 손을 내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아지는 기분. 한없이 자기 속으로 들어가는 명상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공존과 상생은 그렇게 시작되는 모양이다.
전 세계를 돌며 직관의학과 인간 의식에 대해 강연을 해온 캐롤라인 메이스 역시 리탐빌 국제명상페스티벌의 동반자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이라는 따에 처음 발을 디디며 밟은 땅이 남해였던 그녀는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남해의 아룸다움을 칭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3일 이상을 머무른 적 없던 그녀가 남해와 리탐빌 서울에서 5일을 보냈다니 이곳의 아름다운 절경과 열정적인 분위기에 꽤 반했던 모양이다. <영혼의 해부학><치유하지 못하는 이유와 치유하는 법>과 같은 책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인물답게 그녀의 강의는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과 사랑을 담고 있었다.
삶의 영적, 심리적 장애물들을 분석하고 우리 몸 속에 존재하는 차크라, 우주의 법칙, 우리가 아픈 이유,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에 대한 솔루션과 동시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동안 결국 행복은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캐롤라인 메이스는 자신의 저서 <영혼의 해부할>에서도 "다른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기대는 절대 갖지 마라. 행복은 한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개인적인 태도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치심, 자존감, 욕심 때문에 힘을 잃는 우리에게 이제 남의 탓을 멈추고 내 문제로 들어가 정직하게 자신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프다"고 일축하는 그녀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단점, 부정적인 면과 상처를 숨기느라 괜찮은 척해온 자신과 마주한 뒤 그 자체를 인정하고 어루만지면 외로움이 사라지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할 거라고 조언했다.
이 축제에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의 인기 강연자이자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인 김창옥과 함께한 시간이다. 두 시간 남짓 맨발투혼으로 강의를 하며 우리를 웃기고 울린 끝에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라는 말을 들으니 울컥 하는 심정이었다. 감정의 관절이 나가버려 더 이상 충격 흡수가 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힘겨운 육체적, 감정적 노동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를 위로했던 그는 그 많은 시간을 거쳐서 여기까지 잘 왔음을, 여기까지 힘들게 온 스스로를 한번 봐주고 알아주길 권했다.
이제 남해는 단지 멋과 맛을 위해 떠나는 곳이 아니다. 지루한 비행 끝에 또다시 산 넘고 물을 건너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요가와 명상을 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나 겨우 접할 수 있던 그루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질문하며 답을 구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어주는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휴양과 힐링이 있는 명상 여행. 생애 첫 남해 투어의 2박 3일은 차분하게 마무리됐지만 그 여운은 제법 진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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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ee Yumi
에디터 박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