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골프로 게임 매니징과 마인드컨트롤 배워요” 메이저리거 박찬호 &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월간중앙] 골프로 게임 매니징과 마인드컨트롤 배워요” 메이저리거 박찬호 &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명사의 ‘My Golf Life’ - “골프로 게임 매니징과 마인드컨트롤 배워요”메이저리거 박찬호 &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골퍼들은 18홀의 골프 경기를 곧잘 인생에 비유한다. 한 샷 한 샷을 통해 페어웨이와 그린, 홀을 향해가는 순간순간이 인생 행로에서 만나는 고비고비를 닮았기 때문이다.

<월간중앙>은 이번 달부터 골프 마니아로 알려진 명사들의 골프철학을 연재한다. 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골프코스에서 직접 라운딩을 하며 골프와 인생을 말한다. 첫 번째 게스트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영웅 박찬호다.

메이저리거 영웅 박찬호(41)는 요즘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듯하다. 한 주에 서너 차례 골프장에 나설 때도 있다고 한다. 선수 시절 그에게 도움을 줬던 분들이 주로 라운딩 파트너가 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코스는 경남 남해군의 끝자락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이다. 박 선수는 ‘힐링 골프 리조트’로 알려진 이 골프장을 지인들과 즐겨 찾는다. 메이저리거 시절부터 관심을 둔 명상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대표 정재봉)의 골프코스는 남해 다도해 한가운데 위치한 창선섬의 끝자락에 조성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푸른 바다를 향해 손짓을 하듯 펼쳐진 수많은 리아스식 해안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골프코스가 조성돼 있다. 라운드를 하면서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 있는 섬들을 감상하는 것은 보너스다. 마치 바다 위에서 골프를 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박 선수는 “이 골프장을 다녀간 이들이 세계 최고 골프코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박찬호 선수와의 티오프 시간은 오전 11시30분. 인코스 1번 홀은 내리막 파4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박 선수가 친 공이 힘차게 창공을 가르며 페어웨이로 떨어진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는 족히 될 성싶다.

 “야구선수 출신은 골프를 잘 친다는 속설은 허언이 아니네요”라고 말하자 그가 말한다. “투수들은 그립이나 볼을 다루는 데 손끝이 섬세한 편이죠. 특히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야 제구력이 안정되는데 그 점이 골프스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요.” 그는 “임팩트 순간에도 손의 위치가 항상 같아야 하는데 투수 출신이 손끝 감각이 좋아 컨트롤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선수는 세컨드샷으로 ‘온 더 그린’에 성공했다.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퍼팅한 공이 홀컵을 살짝 빗나간다.

구력 8개월 “장타보다 정확성에 관심”

골프를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을까? 실력에 비춰볼 때 그의 대답이 의외다.

“8개월 정도 됐어요. 스코어는 80대 초중반 정도죠. 최고 기록은 79타까지 쳐봤고요. 그렇지만 다음 라운딩에서는 100타를 넘겼어요.”(웃음)

전성기 때 구속이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린 최고 투수답게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 “드라이버 티샷이 340m를 나간 적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요즘은 거리보다는 정확성을 높이려 노력한다. “그날 400m 파 4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했는데 캐디가 60m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투수에게도 강속구보다 컨트롤이 더 중요하듯이 골퍼에게도 거리보다 정확도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어요.”

그는 골프가 참 어렵다고 푸념한다. “야구공은 움직이는 걸치잖아요. 그런데 ‘골프공은 서 있는데 왜 제대로 못 치느냐’ 그런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더 멀리 치고 싶은 마음에 공은 안 움직이는데 마음이 자꾸자꾸 움직이는 거예요. 그래서 슬라이스가 나죠. 마인드컨트롤이 안되면 참 어려운 게 골프더라고요.”

그의 골프 스윙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강한 하체의 힘이 느껴진다. 잘 알려졌듯이 박 선수의 굵은 허벅지는 웬만한 사람의 허리 둘레만하다. 단단한 하체가 그의 강한 스윙에 도움을 준다. 백스윙 때 체중을 오른쪽 다리에 충분히 옮겨서 오른쪽 무릎이 기둥 역할을 하도록 한다. 백스윙톱에서는 오른쪽으로 옮겨온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허벅지 안쪽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긴장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박찬호 선수의 설명이다.

“아직 스윙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초기에는 공을 멀리 보내려고 힘을 주다 보니 상체로만 스윙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하체의 체중이동을 이용하게 됐어요.”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이론과 실기 모두에서 흥미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골프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티샷을 아무리 잘해도 세컨드샷이 조금 빗나가면 러프나 벙커에 빠지기도 한다. “골프를 하면서 18홀을 인생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잘되는 홀에선 멋지게 버디를 기록하지만 어떤 홀에선 클럽을 집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하니까요. 인생의 ‘업 앤 다운’이 골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야구와도 똑같아요.”


잔디 위에 서니 프로 근성 되살아나 그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한동안 공허함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아쉬움과 허탈감의 탈출구가 골프였다. 박 선수는 그린 위에서도 늘 프로페셔널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그는 마치 마운드에 설 때의 긴장감을 맛보게 돼 좋단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절제하는 게 굉장히 쉬워지잖아요. 선수들도 부상이 있으면 은퇴할 때 마음을 내려놓기가 굉장히 쉬워요. 그런데 저는 부상이 없는 상태에서 은퇴를 했어요. 그러니 ‘더 던질 수 있는데’ 하는 집착이 남더라고요. 그러던 중 골프를 접했는데 그런 마음이 치유가 됐어요. 오랫동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잔디에 올라서면 힐링이 됐어요. 골프가 꼭 공을 다시 던지는 것 같고, 제2의 마운드에 올라서는 것 같았죠.”

그러면서 그는 “마운드에 설 때 투수는 심리적인 마인드컨트롤이라든지, 마인드 매니징을 하는데 골프를 하면서도 똑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사실 박찬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메이저리거 시절이었다. 그가 LA 다저스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2000년, 동료 선수들과 골프 연습을 하러 드라이빙레인지를 찾았는데, 그날의 기억이 박 선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처음 골프클럽을 잡고 스윙연습을 하면서 뒤땅을 쳤는데 당장 허리에 무리가 왔어요. 그때 ‘아, 골프는 허리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은 스포츠구나’ 하고 생각했죠. 도저히 골프채를 다시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럼 골프의 매력에 푹 빠진 지금은 어떨까? 그는 메이저리거들의 예를 들며 다시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은 시합 다음날 새벽에 꼭 골프를 치러 가요. 저는 보통 런닝이나 웨이트를 하는데, 그들은 골프를 하더라고요. 또 다른 경기를 하는 거죠. 골프 하면서 걷고 땀도 흘리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운동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거죠.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거죠. 자신들의 마인드를 컨트롤하고 매니징하는 거죠.” 

그는 “후배 야구선수, 특히 투수들에게는 꼭 골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도 했다. “골퍼와 투수는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똑같은 것 같아요. 선수 시절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많거나 컨디션이 매우 좋은 날은 꼭 져요. 너무 오버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실수해도 괜찮아’ 하며 편안하게 경기에 임해요. 그러면 배 이상의 에너지가 나와요.

마운드에서 내 할 일, 정확하게 던져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타자들은 못 치는 거예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이번 퍼팅을 홀컵에 넣어 버디를 해야지 하면 공이 빗나가거든요. 마음이 흔들리는 거죠. 하지만 편안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면 버디를 잡아요. 결국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한 거죠.”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feel0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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