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 치유의 명상에서 나아가는 길 17/3/4
[Nobless] 치유의 명상에서 나아가는 길
구도자의 전유물로 여기던 명상은 이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명상의 다양한 장점 중에서도 자가 건강 치유 기능에 집중해야 할 때다.
과거에는 명상을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구도자가 되기 위한 종교인의 전유물로 여겼다. 일반인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심오한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일로 생각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탐험하는 일이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상은 우리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 행위이며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참모습을 찾아가는 내적 여행이다. 동양의 힌두교와 불교의 수행법에서 유래한 명상은 오히려 지금은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2015년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 유지 방법을 조사한 결과 미국 성인 인구의 8%인 1800만 명이 명상을 경험했으며, 5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 인구의 18%(약 6000만 명)가 명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명상은 미국 뉴욕 주 올버니 국제공항을 비롯해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공항 등 13개 공항과 영국 런던의 히스로 국제공항 등에서 명상 룸을 운영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명상이 종교인이 수행하는 구도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한 대표적 증거다. 세계적 명사들도 명상의 효능을 확신했는데, 전설적인 영국 팝 그룹 비틀스 멤버들과 농구 선수 마이클 조든, 배우 휴 잭맨,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휴 잭맨은 “명상은 나를 여유롭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정신없는 삶에서 조용히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죠”라며 명상 예찬론을 펼쳤다.
명상은 집중력과 창의력 발달 외에 면역력 증진, 통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어 의학적 치료 방법으로도 사용되어왔다. 최근 뇌졸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병에 걸린 후 고치는 사후 약방문이 아니라 발병하기 전 예방하는 셀프케어(self-care)가 뜨고 있다.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명상은 고혈압, 위장 질환은 물론 불안감, 우울증 같은 심적 장애를 예방하는 자가 치유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명상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도형 박사는 “명상 수련을 해온 사람과 일반인 그룹의 도파민과 스트레스 호르몬 차이를 검사한 결과, 명상 숙련자 집단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고, 통증을 더 잘 견딘다”고 말했다. 또 뉴욕 슬론 케터링 기념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에서는 암 환자들에게 명상을 시킨 결과 “통증이 완화되고 혈압이 낮아졌으며 불안과 우울 증상이 나아졌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명상을 시작해야 할까? 요즘엔 관련 책과 음악,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등장해 집에서도 혼자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일본 IT 기업의 커리어우먼에서 명상 지도자로 변신한 와타나베 아이코가 쓴 <세계의 엘리트는 왜 명상을 하는가>는 우리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을 위한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한다. 감사의 마음을 음미하는 1분 명상,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5분간 치유 명상 등 짧은 시간에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을 안내한다. 그런가 하면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라고 말하는 책도 있다. <온정신의 회복>은 마음 챙김 명상의 개발자 존 카바진이 명상 수련자들에게 마음 챙김 명상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무조건 내안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환상, 정서, 욕망의 흐름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알아채고 치유하도록 돕는다.
요가 명상 아카데미 리탐빌의 파비트라 지도자는 “명상은 크게 이완, 집중, 심상화, 사색, 침묵의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꼭 침묵의 단계까지 이르지 않아도 이완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경직된 몸을 이완하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는 것.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해주는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와 클라나드(Clannad)의 ‘Theme From Harry’s Game’ 등을 수록한 음반 <완전한 휴식 3>은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완된 걸 느끼면 가만히 음악의 선율과 음악이 주는 느낌에 집중하는 음악 명상을 실천해볼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음악에 집중하는 명상법으로, 때로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여도 좋다.
스마트폰 명상 앱으로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심플 해빗(Simple Habit), 캄(Calm), 마보-마음챙김 등이 있다. 그중에서 헤드스페이스는 가이드 앤디가 명상 장소 선정부터 호흡법 등 자세한 조언을 건넨다. 각 10분간의 10단계 세션을 마친 후라면 건강, 관계 등의 테마에 맞는 심화 명상법을 선택해 훈련할 수 있다.
내면검색연구소의 유정은 대표가 만든 마보-마음챙김 명상 앱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7일 코스를 통해 기초를 다진 후 주의력 집중 훈련, 기분별 마음 보기 등의 섹션으로 심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실시간 사용자 현황도 파악할 수 있으며 명상을 마친 후 일기처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처음부터 혼자서 명상을 하기 어렵다면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탐빌, 마음수련, 원월드아카데미 등의 명상 아카데미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명상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1999년 서무태 대표가 설립한 리탐빌은 운동선수, CEO 등을 위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과 은퇴 후 새 출발을 앞둔 시니어를 위한 아므릿(Amrit)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아므릿은 영어로 ‘영원’을 뜻하는데 나이에 대한 걱정, 불안 등을 초월해 평안한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1996년 시인이자 작곡가인 우명이 설립한 마음수련은 전 세계 40개국에 센터를 두고 있으며 2박3일 자기 돌아보기 명상 캠프 같은 기업 교육 프로그램과 부부, CEO를 대상으로 한 개인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버리는 체계적 방법을 알려준다.
2009년 인도의 크리슈나지(Krishnaji)와 프리타지(Preethaji)가 설립한 원월드아카데미(One World Academy)는 두뇌, 마음, 의식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특화되어 있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면 명상은 지금의 셀프케어라는 트렌드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 윌리엄 하랄은 “2020년 정보화 시대는 끝나고 이상적 가치와 목표를 실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미래를 전망했는데,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는 명상이야말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완전한 자아를 찾는 중요한 열쇠가 될지 모른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